긁적여본 글

떡으로 이어진 사랑.

iem888 2006. 6. 15. 16:16

★ 떡으로 이어진 사랑 ★

떡이라면 영양학적으로 밥과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찰떡은 찰밥을 뭉갠 것이고 가래떡하면 이밥의 압축 형이 될 것이고 보리개떡하면 보리밥을 으깨서 만들었다고 하면 맞을 넌지*****
아무튼 떡은 우리일상의 식생활에서 곡식으로 밥이 아닌 별식을 총칭해서 떡이라고 한다면 이의가 없을 것 같다. 오늘은 비도내리고 입도 꿉꿉해서 냉동실에 보관된 팥고물 시루떡을 전자렌지에 돌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으로 점심을 때웠다
.

나는 어렸을 때부터 떡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떡으로 끼니를 때운 기억이 없다. 하루 세끼를 밥이 아니면 죽이라도 먹어야 했고 떡이 맛있어 배가 부르도록 먹어도 굶는 것 같아 추가로 밥 한술이라도 더 떠서 용량초과로 속을 채웠다. 그래도 떡 먹을 기회만 있으면 어디라도 따라가거나 끼어들어 얻어먹어야 입가에 미소가 피어난다.

지금처럼 떡이 먹고 싶으면 떡 가게에 가서 사면되지만 그때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날이 아니면 동네 어느 집에 경사나 조사가 있어야 떡을 얻어먹을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월 며칟날 누구네 집에 제사가 있고 경사가 있다는 날은 떡을 얻어먹을 기회의 날이다. 그 당시는 동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노환으로 돌아가시면 삼년상이라 해서 소상 대상을 치뤄야 했기에 세 번의 떡 먹을 기회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유교적 장유유서 사상이 철저해서 어른들만 떡과 술을 상에 차려드리고 애들은 어떤 무서운 아저씨가 떡함지를 높이 들고 배급을 줬기 때문에 얻어먹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했다. 거기서 새치기나 두 번 연속 배급을 받다가는 귀 따시기 한대가 날라든다. 그래도 새치기나 부정배급을 받으려다 얻어맞는 사건은 항상 있었다. 그중에 나도 몇 대 얻어맞을 번한 기억이 난다.

동네잔치가 있는 날에는 디딜방아로 떡살을 빻고 떡메로 떡을 처서 떡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은 큰 축제가 벌어진다. 동네 할머니 아주머니로부터 새신랑 새댁 처녀총각 모두모여 남정네들은 떡치고 돼지 잡아 손질하고 새댁과 처녀들은 지지고 볶고 바쁘게 움직인다. 이렇게 떡 문화는 동내사람들 모두를 한 식구처럼 이웃사촌이 되어 서로 호칭도 형님동생 삼촌 조카님 등 생활범위가 넓지 않아 사실상의 친인척관계의 연도 어우러졌던 때였다.

내가 사랑하는 아내도 이런 분위기에서 만나 사랑하게 되었고 떡을 너무 좋아해서 나와는 반대로 떡만으로 끼니를 대신한다. 떡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떡같이 생겼다면 아주 싫어한다. 지금 얼마나 예쁜 떡이 많은데 예쁜 떡을 닮았다고 해도 아무튼 떡같이 생겼다면 싫어해서 그래서 싫으면 내가 떡같이 생긴 걸로 한다면 떡이 좋아선지 깔깔 웃으면서 나를 너무 좋아한다. 그러면 나도 너무좋아 둘이서 이중창으로 대소하면서 떡을 먹는다
.

이런 사정을 아는 친척이나 친지들은 행사 때 마다 떡을 싸주신다. 그래서 떡이라면 열심히 주는 대로 받아와서 냉동실이 넘쳐난다. 애들도 잘 먹지 않아 떡같이 생긴 우리부부 둘이서만 잘 먹고 잘산다.

언제부턴가 먹 거리가 풍부해지면서 식생활도 많이 바뀌었고 서구의 음식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우리 고유음식인 떡은 신세대에서는 멀어졌고 패스트푸드 같은 인스턴트음식만을 선호하게 되었고 명절이나 경조사에서 의례적으로 떡을 구비하지만 즐기지는 않는것 같다. 그러나 우리민족 전통의 떡 문화는 그 역사도 한반도에 우리조상 인류가 들어와 농경문화가 시작되고부터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떡은 칼로리가 높아 다이어트 식품에서 외면당하는 느낌도 들지만 적당량의 맛을 음미한다면 건강식품에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내가 제과제빵에 관심이 있어 아는데 그곳에 들어가는 버터와 설탕을 보고 놀란적이있다. 역시 우리 떡이 건강에도 좋고 요즘에는 모양새도, 맛도 좋아져서 신세대들에 기호에 마춰 떡의 형태나 맛의 전통을 살리고 개발해서 우리토속음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외국으로부터 로열티를 받아드린다니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글/iem888(멋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