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적여본 글

♣ 쓰레기를 집안에 드려놓는 멋쟁이.

iem888 2006. 8. 29. 20:46
재활용품이라면 필요치 않아 버려진 물건을 주서다 다시 이용한다는 말이겠지요. 물질문명의 풍요로 버려지는 물건이 많아서 쓰레기로 쌓이는데 이용가치가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아파트 쓰레기장에 쌓이느니 재활용품이지요. 약간의 손만 보면 유용하게 쓸 수 있어 쓸만하다고 생각되면 버린 게 아까워 집안으로 가지고 와서 손을 보지요.

그러다 보니 집안이 쓰레기로 쌓이게 되고 지저분하다고 식구들로부터 (식구라야 나의 사랑하는 그대한사람이지만) 다시 내다 버리라는 핀잔을 받는데 다시 봐도 모두 쓸만해서 이 구석 저 구석으로 밀어 넣다보면 아파트의 인테리어가 말이 아니지요. 우산을 손봐서 쓸만하게 고쳐놔도 쓰는 식구가 없어 신발장에 그대로 쌓이게 되고 브랜드가 뭔지는 몰라도 브랜드 아니면 들고 나가지를 않는다.

나는 버리는 책이 아까워 쓰레기장에 버려진 책을 주서 모은 것이 숫자로 따지면 300권이 넘는다. 영어사전 소설 시집 수필집 위인전 한 세트가 수 십 권에 이르는 전집. 백과 사전 등 따지고 보면 한이 없지요. 아침등산을 하고 아파트 쓰레기장을 둘러보는 버릇이 들어 아파트 관리소장이 시찰하듯 의례적인 나의 행사가 됐다.

이는 내 자존심을 위로하기위한 구실이고 실은 거지가 쓰레기덤이에서 먹을 콩알이나 찾는 상거지로 보일 것이다. 프린트용지도 한 면만 쓰고 버린A4용지를 싸놓고 쓰고 있어 문방구에서 사온 용지는 그대로 남아있고. 영어회화 카세트 테프도 많아 좋은 음악이 나오면 레코드버튼을 눌러 녹음 해 논 테프가 수백 개가 넘는다.

예쁜 병도 좋은 말로 수집을 하는 편이고. 선풍기도 주서다 서비스센타에서 서비스를 받아 잘 쓰고 있습니다. 모두가 쓰레기정거장을 거쳐 온 알뜰 품으로 내 집안에 채워놓고 잘 쓰고 있는 나는 자랑스럽지요. 시골에서 처남이 차를 몰고 오면 거의 다 인심을 쓰는데 고맙게 생각지 않고 서울쓰레기를 시골쓰레기장에 무임수송으로 생각하고 말없이 가져가는 눈치다.

어느 날인가부터 재활용 쓰레기를 매주 목요일마다 버리게 되고부터 나의 쓰레기장 시찰은 일주일에 목요일만 하게 되어 나의 업무도 일주에 단 한번으로 줄어들었고 목요일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지난 목요일이다. 우리아파트단지의 가구 수가 1006가구인데 거의 매일같이 이사를 들고 나는데 이사 가는 날 버리고 가는 재활용품이 꽤 많이 나오는 편이다.

이사는 정해진 날이 없어 내가하는 쓰레기수집의 보너스 날이기도 하다. 그때 버려지는 쓰레기는 굵직한 것들이어서 장롱에서 침대 의자 다이어트를 위해 들여놨던 운동기구도 보인다. 보통 수십 수 백 만원의 고가물품이지만 내 집에 창고가 없어 할 수없이 석별 하게 되기에 내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어느 날 이삿짐 쓰레기에 자전거 운동기구가 내 눈에 들어와 살펴보니 사서 별로 쓰지 않은 새것이라 자리차지도 크지 않을 것 같아 경비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엘리베이터까지 운반해서 집안으로 가져다놨다. 나야 매일아침 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운동량이 충분해서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그래도 쓰레기 수집광인 나로서 수집종목 1004호로 집안에 드려놓게 되었다.

나의 사랑하는 그대도 이것만은 대 환영이었다. 관절로 매주 화목토를 88체육관 수영장엘 가는데 비번인 날 보충운동기구로 안성맞춤이라나 그래서 나도 신바람이 났다. 그보다 신바람이 업그레드된 것은 며칠 뒤에 일어났다.

수필친구에 드나들면서 컴 좀 한답시고 인터넷 싸이트에 들어가서 운동기구를 검색해보니 꼭 같은 회사의 같은 제품의 가격이 자그마치 105만원으로 나와 있어 돋보기안경을 높여 다시 봐도 틀림없는 105만원이다. 내가 수천 평의 땅을 사고 아파트를 몇 채나 샀어도 이런 기분을 맛 본적이 없었는데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난 기분이다.

그래도 자식한테 약한 것은 부모인가 합니다. 어느 날 시집간 딸이 와서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달라고 해서 주고 말았다.........


글슨이/멋짱(iem888)

♧ 내가 괴벽한지 무식한지 모두 다 이겠지만 한번쓴 글은 별로수정하지않습니다. 격식을 떠나 내방식대로 씁니다. 내 수준에서 이해를 바랄뿐입니다. 감사합니다.